한국영화

상영시간: 132 분
상영등급: 12세이상관람가
한국개봉일: 2003년 1월30일

감독: 곽재용

출연:손예진....주희 / 지혜 역
   조승우....오준하 역
   조인성....상민 역
   이기우....윤태수 역
   이상인 (2)....수경 역
   양현태....석우 역


[시놉시스] [중국어 영화평론] [한국어 영화평론]
글:우경구
일짜:2003년 6월 2일

    잘 연주된 클래식 한편.

    곽재용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지으면서 신식의 사랑이 아닌 구식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서 <클래식>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클래식>이란 영화제목은 절묘하게도 영화를 설명해준다. 영화 <클래식>은 한 편의 잘 연주된 클래식 음악과 같다. 클래식 음악은 현재에 이르러서 새 표현기법의 개척에는 거의 실패하였다. 현재의 클래식 음악계는 거의 과거의 명곡들을 어떤 솜씨로 연주해 내느냐의 경연장이 되었다. 그러나 신곡을 연주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주자들이 멋진 솜씨로 작품을 연주할 때 청중은 감동하며 박수를 보낸다. 영화 <클래식>은 바로 잘 연주된 한 편의 클래식 음악이다.

    영화 <클래식> 안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 오히려 이 영화는 기존 멜로드라마들의 공식들을 철저하게 사용한다.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이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가? <클래식>의 미덕은 주연배우들의 연기, 배경음악, 화면이 무척이나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점에 있어서 <클래식>이란 영화의 연주를 지휘한 곽재용 감독에게 일차적으로 감사를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곽재용 감독은 후반부에 볼 수 있는 감정표출의 과잉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특히 입영열차 앞에서 손예진이 울어대는 장면은 불필요하게 길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여백을 두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현실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1~2분이 아니고 30분이 넘게라도 그런 장면이 있을 테니 아주 이해를 못 할 바는 아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곽재용 감독이 멜로 영화에는 역시 "비"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그의 출세작인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제목에서부터 비를 암시한 것처럼.. 어쨌든 영화 전반에 걸쳐서 상당히 비가 많이 온다. 물 많이 썼을 것 같다. ^^

    곽재용 감독이야 감독이니까 영화의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고 치면,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은 단연 두 주연배우 손예진과 조승우이다. 곽재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손예진과 조승우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도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도 곽재용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손예진의 매력에 매혹당하고, 조승우의 연기에 압도당했다. 이 두 배우의 좋은 연기은 시나리오의 이곳저곳에 있는 틈을 메꾸어버려서 나로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조승우의 연기력이야 이미 <춘향전>과 <후아유>로 익히 알려진 바이니까 생략하고.. 단지 이 훌륭한 배우의 키가 173밖에 되지 않아서 국제적인 스타가 되기에는 신체적인 조건이 달린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손예진은 1인 2역으로서 영화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 영화 한 편으로 자신의 연기에 있어서 새 경지를 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손예진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무척 영리해보인다는 점이다. 포크댄스를 출 때 손예진의 눈짓을 보면, 그리고 매점에서 우산을 두고간 이야기를 들을 때 그녀의 흥분하면서도 절제된 목소리를 들으면 손에진이란 배우가 무척 영리한 배우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손예진이 매점에서 우산에 대한 비밀을 들었을 때부터 공연장에서 조인성과 대화하는 장면까지는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로 사랑스럽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손예진과 결혼하게 될 누구인지 모를 그 남자가 무척이나 부러워졌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으로는 손예진과 조인성이 비를 맞으면서 뛰어갈 때 발을 클로즈업한 장면과 박물과 내에서 조인성과 손예진이 걸어가면서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조인성은 그가 마들렌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영화에 시각적인 즐거움 이상을 주지 못하였다. 조인성처럼 잘생긴 배우를 영화에서 본다는 것은 분명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그의 부족한 연기력은 조승우와 손예진의 빛나는 연기때문에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조인성의 경우 좋은 신체적인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고 젊기 때문에 수퍼스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부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장동건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좋을 것 같다. 조인성은 영화를 촬영할 때와 달리 자신의 비중이 무척 줄었다고 불만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불만을 토하기 전에 다른 두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한 후, 곽재용 감독이 조언한 것처럼 연극을 좀 해 보기 바란다.

    "우산이 있는데도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뿐인가요?" 라고 손예진은 영화에서 말했다. 멜로 영화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눈물을 강요할 뿐이고 생각하는데도 이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도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곽재용 감독의 전작 <엽기적인 그녀>는 새로운 로맨택 코미디 스타일을 보여주었지만 나에게는 <클래식>이 더욱 재미있는 영화였다.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ps. 모던록그룹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고백"이 사용된 이 영화의 뮤직비디오는 영화를 안 본 사람에게도 무척 추천하고 싶다.(사실은 델리스파이스의 노래를 사용한 <클래식>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클래식> 영상을 사용한 델리스파이스의 뮤직비디오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할 듯 하다.) 어느 쪽이 되었든지 노래와 영상이 훌륭하게 조화된 수작이다.